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자작시 2020
2020년에도 몇 개 지어놓은 시가 있어 올립니다.
아마츄어이니 너그럽게 봐주시길~

1.
진실
진실을 대면하기 위해서는
격리되어야 한다.
이렇게 누구와도 만날 수 없는 지금
오히려 진실한 자신을 대면할 수 있지 않을까?

2.
장마
집 안이 물에 젖은 듯 축축
밝은 햇살 있어야 할 자리에
검은 빛 구름이 며칠 째
널어놓은 빨래 냄새 축축
아이들 뛰어놀아야 할 놀이터에
젖은 플라스틱 그네 두 개
답답한 마음에 내 어깨도 축축

3.
비로소
돌아보면 참 바빴다.
무거운 어깨 지탱하는 일
관계 사이의 존재 끼어넣는 일
바삐 뛰어다니며 말하는 일
길가에 핀 꽃
호기심어린 길고양이의 눈빛
기분 좋은 소리로 살랑이는 나뭇가지
들여다보지 못한 시간들
이제
그 아름다움을 비로소.

4.
마지막 인사
반쯤 가려진 얼굴로 인사를 나누었다.
손 한 번 마주잡지 못하고 팔꿈치를 톡 건드렸다.
오래 앉아 있을 수 없어서 금방 일어섰다.
핸드폰으로 수다를 떨었다.
눈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도 멀어진다는 말을
나는 애써 외면한다.
언제나처럼 마지막 인사,
'코로나 끝나면' 다시 봅시다.
다사다난한 한 해입니다.
이럴수록 아름다운 시를 짓거나 아름다운 그림을 그리는 일에 집중하면 안정이 됩니다.
여러분도 주인장처럼 힘차고 멋진 하루 보내시길 바랍니다.